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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감자칩 대결로 읽는 ‘한국식 매운맛’의 IP화

포테토칩 엽떡로제맛 vs 스윙칩 까르보나라 불닭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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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농심, 오리온


편의점 신상 코너에 묘하게 닮은 두 감자칩이 나란히 등장했습니다. 농심 ‘포테토칩 엽떡로제맛’과 오리온 ‘스윙칩 까르보나라 불닭맛’입니다. 포테토칩 엽떡로제맛은 6월 22일, 스윙칩 까르보나라 불닭맛은 6월 25일 출시되며 사흘 간격으로 맞붙었습니다. 


겉으로는 또 하나의 매운맛 감자칩 경쟁입니다. 그러나 이번 대결의 중심에는 감자칩이 아니라 ‘한국식 매운맛’이 있습니다. 소비자는 제품을 보기 전, 엽떡과 불닭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이미 맛을 떠올립니다. 강하지만 중독적인 매운맛, 치즈와 크림으로 부드럽게 다듬은 매운맛까지요. 제품이 맛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려진 맛이 제품을 설명하는 셈입니다.



왜 새로운 맛이 아니라 ‘아는 매운맛’인가



포테토칩과 스윙칩은 모두 오랜 시간 사랑 받아 온 장수 브랜드입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브랜드를 새로 알리는 일이 아니라, 익숙한 제품에 다시 손이 가게 만드는 일입니다. 특히 편의점처럼 구매 결정이 몇 초 안에 이루어지는 공간에서는, 제품을 보는 순간 맛이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로제 떡볶이맛 감자칩’보다 ‘엽떡로제맛’이, ‘매운 크림맛 감자칩’보다 ‘까르보나라 불닭맛’이 훨씬 빠르게 맛을 떠올리게 합니다. 소비자는 맛을 새롭게 학습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아는 맛을 감자칩이라는 새로운 식감으로 다시 경험하면 됩니다. 이름만 들어도 맛이 예상된다는 것은, 곧 새로운 제품을 고르는 부담이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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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농심


사실 농심의 포테토칩과 엽떡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포테토칩 엽떡로제맛은 농심이 2023년부터 운영해 온 ‘포슐랭 가이드’ 프로젝트의 연장선입니다. 포슐랭 가이드는 소비자에게 검증된 외식 브랜드와 메뉴를 포테토칩에 담아내는 협업 프로젝트로, 2023년 품절 대란을 일으킨 포테토칩 ‘엽떡오리지널맛’에 이은 동대문엽기떡볶이와의 두 번째 공식 협업입니다. 농심은 이번 제품에서 엽떡 로제의 ‘매콤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을 바삭한 식감으로 구현하고, 10~30대를 핵심 타깃으로 삼았습니다.


이 지점이 중요합니다. 엽떡과 포테토칩의 만남이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오리지널에서 로제로 이어졌다는 것은, 엽떡의 매운맛이 감자칩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도 반복해 꺼내 쓸 수 있는 ‘맛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는 신호입니다.



왜 오리지널이 아니라 ‘까르보나라’와 ‘로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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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동대문엽기떡볶이, 삼양


두 제품 모두 오리지널 매운맛이 아니라 ‘로제’와 ‘까르보나라’를 골랐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오리지널이 두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든 맛이라면, 로제와 까르보나라는 그 정체성을 더 넓은 소비층으로 확장한 맛입니다. 강한 매운맛에 치즈와 크림의 풍미를 더해 부담을 낮추고, 기존 팬은 물론 새로운 소비자까지 끌어들입니다.


감자칩에서 이 확장성은 특히 유효합니다. 감자칩은 한 번의 강렬한 자극보다 여러 번 손이 가는 맛이 경쟁력인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매운맛과 고소함, 부드러움이 균형을 이루는 로제와 까르보나라는 감자칩과 자연스럽게 어울립니다. 이미 검증된 맛일수록 새로운 카테고리에서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 지금인가


이번 출시는 여름 신제품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배경에는 세 가지 흐름이 겹칩니다.


첫째, 생산 시기입니다. 오리온은 6월 16일 수확한 국내산 햇감자로 포카칩과 스윙칩 생산에 들어갔습니다. 감자칩 브랜드에게 6월은 신선한 원료를 앞세워 신제품을 내놓기 좋은 시점입니다.


둘째, 소비 시즌입니다. 여름철 스낵 수요가 더해지며 판매 환경이 갖춰졌습니다.


셋째,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선점 경쟁입니다. 이미 강력한 인지도를 확보한 ‘한국식 매운맛’을 누가 먼저 자신의 제품에 담아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느냐의 싸움이 시작됐습니다.


결국 지금 감자칩 시장의 경쟁은 새로운 맛을 만드는 경쟁이 아니라, 이미 사랑받는 맛을 누가 먼저 브랜드 자산으로 가져오느냐의 경쟁입니다. 



하나의 IP가 된 ‘한국식 매운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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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농심


정리하면, 이번 대결은 누가 더 매운지를 겨루는 싸움이 아닙니다. 소비자가 가장 익숙하게 기억하는 한국식 매운맛을, 누가 더 자연스럽게 새로운 식감의 제품으로 풀어냈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과거에는 하나의 제품이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엽떡은 떡볶이에서, 불닭은 라면에서 출발했습니다. 지금은 그 반대의 흐름이 나타납니다. 제품에서 출발한 맛이 다시 다른 식감의 제품을 만들어냅니다. 떡볶이의 맛이 스낵이 되고, 라면의 맛이 감자칩이 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확장이 우연한 ‘맛의 유행’이 아니라 협업과 라이선스를 통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엽떡로제맛은 동대문엽기떡볶이와 농심의 두 번째 공식 협업으로 등장했고, 불닭 역시 삼양의 등록상표 브랜드로서 라면을 넘어 스낵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엽떡'과 '불닭'은 이제 하나의 맛이 아니라, 다른 브랜드가 빌려 쓰고 싶어 하는 IP로 기능합니다. 캐릭터와 셀럽에 이어, 이제는 오래 축적된 맛과 브랜드 정체성도 라이선싱 가능한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 맛은 제품을 따라가는 요소가 아니라,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출발점입니다. 앞으로 식품 업계의 경쟁은 새로운 맛을 얼마나 많이 만드느냐가 아니라, 소비자가 오래 기억하는 맛을 얼마나 다양한 제품과 경험으로 확장하느냐에 달려 있을지 모릅니다. 이번 감자칩 경쟁은 그 변화가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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